‘천억 부자’ 임순형이 막대한 재산을 사회와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뜻을 공개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EBS·E채널 공동 제작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5천 평 대지 위에 궁궐 같은 한옥 식당을 지은 요식업계 대부 임순형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졌다.
1990년대 초반 오리구이 식당을 개업하며 사업을 시작한 임순형은 하루에 겨우 한두 마리를 팔던 시절을 버텨야 했다. 그러다 ‘장군의 아들’ 원작자 백파 홍성유의 신문 칼럼에 소개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이후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고, 우유를 넣은 밀전병과 오리고기 조합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까지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 중이다. 그는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다”, “돈 세느라 지문이 닳았다”고 말할 만큼 가히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임순형의 성공은 단순한 요행만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토끼를 키워 판 돈으로 염소를 사고, 우유를 팔아 수익을 내는 등 장사 수완을 타고났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아버지의 심부름에도 이윤을 남기는 방법을 찾아내며 경제 감각을 일찌감치 드러냈다.
이러한 임순형의 식당은 총 5천 평 대지에 100억 원 이상을 들여 지은 대형 한옥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지어놓고 본전 찾는다고 하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하늘이 돈을 막 쓰라고 던져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좋은 곳에 쓰라고 주는 거였다”라며 식당 부지를 공원처럼 개방해 많은 사람이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임순형의 삶은 검소했다. 30년 된 아파트에 거주하며 국산차를 타고, 아내에게 하루 용돈 5만 원을 받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근검절약형 장사꾼’이라 자처했다.
반면 임순형의 ‘역사 사랑’는 남달랐다. 식당 마당에는 직접 제작한 높이 6.39m, 무게 47톤의 광개토대왕릉비가 세워져 있다. 원본을 그대로 복원한 이 비석은 그가 직접 만주 현지를 답사해 제작한 것이다. 그는 매년 광개토대왕 추모제를 열고 있으며 “우리 민족 역사상 최고의 영웅인 광개토대왕의 기상을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장훈이 “앞으로 재산을 어떻게 쓰실 계획이시냐”라고 묻자 임순형은 “광개토대왕 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삶의 끝자락에서 부의 정점을 찍은 한 장사꾼의 고백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천억 원의 무게보다 더 묵직한 나눔의 철학이 있었다.